Lee Somin

이소민

gikifuto@gmail.com
@chloe_lsm_






세상에는 겪지 않았다면 좋을 일이 많다. 
어떠한 순간을 나의 기억과 인지에서 도려내는 상상을 해보고는 한다. 예를 들면 사춘기와 맞물려 치기가 유독 매서워 죽어버릴 거라고 얘기하던 그 시기가 그렇다. 끝이 난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니더라. 끝났다고 판단했는데 다른 시작이기도 했다. 

무너졌기에 제일의 이상향에서 멀어졌지만, 깨졌기에 나아갈 수 있는 지점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동시에 하나의 끝을 얘기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하나의 삶에 내걸린 끝의 무게를 나는 모른다. 타인의 종말을 가늠할 자격은 내게 없다. 더하여 여러 가지의 울타리 속에서 끝을 논함이란, 오히려 진정으로 벼랑에 내몰린 이들을 관망하는 기만이 아닐까 우려가 많다. 그러니 하나의 자기 고백으로 봐주었으면 한다. 
제안이 아니라, 그저 단순한 반추에 가깝다. 





<일주일 뒤에 멸망하는 세계 Only One Week World>, 2023,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 컬러, 사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