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경
dikeinseoul@naver.com
@ieedk_
밖에 나가지 않는 날이 늘었다.
움직임을 최소화하여 누워 있는다. 창 너머 한낮의 뜨거운 햇빛은 당장 몸을 일으킬 것을 독촉한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당겨 다시 밤의 어둠을 만들어 내자, 시간을 감각하는 기관이 고장난다. 햇빛이 만들어낸 그림자 속에서 모든 것은 엇박자로 움직이고 틀어진다.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은 결국 고요를 참지 못하고 스스로 움직이기를 선택한다. 고장난 시계의 깜빡임, 가짜 꽃, 진짜 꽃, 협탁에 있다가 바닥에 있다가 책상에 있다가 하는 컵, 바스락거리는 과자 봉지, 핸드폰 액정 속 모르는 사람들의 웃음들, 접혔다가 풀어지는 이불, 꿈틀거리는 전선, 탈탈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그리고 옷장이 방금 토해낸, 입고 나가지 못하는 옷들.
옷들.
사물들이 움직인 흔적들을 눈으로 좇으면서 방이었던 공간을 다시 새롭게 엮는다. 머지않아 다시 칠흑 같은 한낮이 찾아온다.
<한낮>, 2023, 구제 옷과 친구들에게 기부받은 옷, 본인 옷에 청사진, 250 × 500 × 100 cm
<한낮>, 2023, 구제 옷과 친구들에게 기부받은 옷, 본인 옷에 청사진, 150 × 200 cm
<한낮>, 2023, 구제 원피스에 청사진, 70 × 46 cm
<한낮>, 2023, 헌옷에 청사진, 100 × 200 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