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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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호모 사케르’의 역사다.
‘호모 사케르(Homo Sacer)’는 사회적으로 배제되어 법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난민’은 현대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호모 사케르’다. 누군가 ‘어디에나 존재하면서, 동시에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난민’이라고 답할 것이다. 어느 장소에서나 금방 적응한다는, 언뜻 보면 축복 같은 인간의 특성은 역설적이게도 많은 난민을 만들었다. 난민은 정착을 위해 떠돌아다니는 숙명을 가진 존재들이며, 하루빨리 어딘가에 자신의 존재를 뿌리내려야 한다는 과제를 짊어진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깊숙한 구덩이에 묻혀있어, 그를 덮고 있는 찬란함과 안락함에 눈 멀면 볼 수가 없다.
지금 순간에도 난민은 탄생하고 있고, 누구도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빈손으로 태어나서 사회의 양분으로 자라, 결국엔 다시 사회의 양분으로써 쓰이는 인간은, 커다란 사회 속에서 모두 난민이다.
<우리는 모두 떠난다>, 2023, 천에 석판, 126 × 218 cm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2023, 알루미늄판에 석판, 105 × 105 × 250 cm
강민주 조소형, <화요일, 수요일>, 2023, 종이에 석판, 가변크기